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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7

2021. 1. 27. 06:19

회사에서 40살이 되면 어떤 교육을 해준다.  
인생 반 살았으니 잠시 멈춰서 돌아온 길을 생각해보고  
‘아… 내가 여기 말곤 이제 갈 곳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더 힘을 내서 회사일에 정진하라는 뜻의 교육이 아닐까? (내 생각이다.) 

그래서 40세 교육을 받고 온 동료들은 한동안 열심히 일을 한다. 

45세가 되도 교육을 한다.  
너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회사에만 올인하지 말고  
나가서 뭘 하고 살지 좀 생각을 해봐라는 의미의 교육이다. 
회사의 배려에 고마워해야 할지,  
난 너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줬어 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봐야 할지 참 애매한 교육이다. 
연금 상품에 대한 필요성과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에 대한  
진지한 소개를 듣고 있자면 누구나 나와 같은 오해를 하겠지. 

이 교육 과정에서 연금소개만큼이나 나에게 강렬히 전달된 강사의 말이 있었는데,

“여러분. 퇴직 후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본인을 어떻게 소개해서 은행 창구 직원에게 신용을 받을 건가요? 
지금은 다니는 회사 명함만 들고 가도 10분 안에 억을 빌려서 올 수 있죠? 
그런데 그 조그만 명함이 없다면요? 
얼마나 오랜 시간 나를 믿어달라고 소개를 해야 하고, 그리고 그 결과로 과연 얼마까지 빌릴 수 있을까요?” 

….. 

그 뒤로도 많은 말들을 했던 것 같다. 
취지는 본인의 가치를 올려라였던 것 같지만. 그 뒤 강의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미 대출 창구에서 처음 보는 은행 직원과 마주 앉아 있었고  
볼펜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그 직원의 입에서 나올 대출 가능 금액을 기다리는 상상을 했다. 

과연 난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무섭더라. 그 상상. 
그것이 힘들어서 모두들 눈 뜨기 싫은 아침임에도 정신 줄 부여잡고 출근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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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일차 -01.26

2021. 1. 26. 05:59

21 1월의 끝자락을 보고 조바심을 느낀 건가
어제저녁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끌어줘 우연히 보게  
새벽 4 30분에 일어나는 미국 변호사 vlog 때문인가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평소보다  시간 먼저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는데별의별 악몽을  꾸고 눈을 떠보니 새벽 4 30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피곤하다 싶어 다시 잠들기를 청했지만 걸러 먹었다
소풍날 벌떡 일어나는 어린애처럼 새벽형 인간 1 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불 밖을 나왔다

무엇을  것인가
멍하니 휴대폰을 쥐고 소파에 앉아 뉴스 조금.. 신세계가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했구나.  
이마트 와이번스가  건가 

어젯밤 나스닥은  롤러코스 터였나 보다 테슬라 애플 가진 사람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커피 믹스를 한잔 태웠다
  커피는  좋을  같지만 조용한 새벽과 은은한 커피 향은  조화롭다

일단 1 .  
아무 계획도 없이 일어난 1 .  
한동안 방치했던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는 것으로 계획을 하나 세웠다.  
나의 21. 새벽형 인간임을 선포하고 
매일매일 성공 여부를 남기는 것으로 나의 의지력을 채찍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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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네~

2019. 8. 31. 17:50

점심을 늘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

회사 입사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덧 15년 이상씩 얼굴 보고 지내왔고, 무엇보다 동갑인지라 관심사도 비슷하고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식사 파트너로는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주 어느 날. 그들과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7년은 버틸 수 있으려나?’ 라는 말이 한 사람의 입에서 불쑥 나왔다.
그러자 다른 동료가 글쎄. 7년이면 부장 십년 차네. 우리 큰 애는 중학생이겠는데. 대학교 보낼 때까지는 힘들겠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런 걸 걱정해야 되는 나이였구나.
난 정말 내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구나.

7. 물론 그 시간보다 더 짧을 수도 더 길수도 있겠지만, 7년 그래 그 7년이 지나고 나면,
난 지금보다 더 늘어난 흰머리에 걱정 많은 중년이 되어 있을 터이고,
애들은 교육비 한참 들어갈 나이일 텐데, 아빠가 회사를 안 다니네...

이런 생각의 흐름은 순식간에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미쳤지. 미쳤어.
꼬박꼬박 꽂히던 월급이 어느 날부터 끊어진다면 난 어디서 그 돈을 벌어야 하지.
내가 여길 나가면 뭘 해야, 아니 뭘 할 수 있지?

당장 내일부터 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처럼 서두르던 나의 머리속은 결국 명확한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때마침 아주 오래 전 회사 선배가 한말이 떠올랐다.
아침에 우리 출근하지. 그 때 내 목에 걸린 사원증으로 회사 문이 열리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알아야 해.
그게 안 열린다고 생각을 해봐 무섭지 않냐?
문이 열림에 고마워하고 들어왔으면 열심히 해야지.’

당시에는 참 꼰대스러운 멘트네라고 생각했는데
후.. 생각이 많아지는 2019년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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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2019. 7. 7. 17:28

수십년이 흘러, 다시 찾은 학교 운동장에서 잊고 살던 그 때의 추억이 사라난다.
저 시절 함께 했던 친구 녀석들에게 사진을 공유해줬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청승이란다. 
감수성 없는 친구들 같으니라..

이런 날은 소년이 되어보는 것도 멋있게 늙어가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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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습관

2019. 5. 1. 23:16

나만 그런가? 

해야 할 일들이 쌓여가면 갑자기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진다... 정확히 보자면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의 회피 수단으로 좀 그럴듯한 것을 찾아 할 일을 미루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피하고 싶을 때는 독서를 하는 습관이 있다.  
마음속에서 '당장 이 일을 해야지!'와  '좀 쉬었다가 할게!'가 갈등 중일 때, 좀 쉬었다가 보다는 '이 책 좀 보고 할게!'가 되는 순간 손쉽게 갈등이 풀려버린다. 그래... 책 좀 보고 이거 꼭 하자!! 가 되는 거지.

그렇게 시작만 해놓고 채 끝내지 못한 책들이 장르별로 꽤 된다. 그 말은 최근에 정말 회피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구나, 그리고 결국 해야 되는구나.. 젠장이 된다.

집 곳곳에 쌓여가는 책들을 볼 때면, 
휴가 내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원 없이 책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나의 회피 습관에 비추어 보자면, 그게
유일한 일이 되는 순간, 또 다른 회피 거리를 찾지는 않을까 싶다.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을 보자니 잡식성도 이런 잡식성이 없네. 일단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감이 몽글몽글 생겨나고 있는 휴일 밤이다 보니 이 중에서 하나를 얼른 잡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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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벌써 4월

2019. 4. 6. 11:14

근황

'힘들다 힘들다'를 입에 달면서 내년에는 보란 듯이 휴직을 하겠노라 큰소리쳤던 18년 막바지.

그때는 분노의 글을 싸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라도 있었나 보다.

19년 시작은 최악이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인사처럼 자연스러워질 만도 한데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었나 싶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듣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일도 밀리면 안 되고 지시사항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사는 게 문제란다. 자기처럼 싫은 소리에도 처연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나…

에라이. 너의 그 태도 때문에 내가 더 힘들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참고 있자니, 다 사람 사는 동네인데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혼내면 들어주면 되지 않냐라고 되려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럴듯하다. 묘하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조언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보면 그 동료의 말처럼 빡빡하게 사는 게 틀림없는데 이렇게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이상한 건가? 혼란이다.

 

최근에 온 가족이 한의원에 다녀왔다.

봄이기도 하고 입맛도 없고는 핑계고 그냥 뭐라도 몸에 좋은 걸 먹어야겠다 싶어서 돈 쓰려고 갔다.

맥을 잡으면서 나의 증상을 들어주던 의사의 첫마디가,

'아버님 그간 어떻게 사셨어요',  너무 많이 참아서 몸에 탈이 난 거란다. 쉽게 말해 병명은 따로 없고 그냥 화병이라는 건데.

취미를 가져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으라는 일반적인 대안 제시와, 퇴근 후 동전 노래방을 다녀보라는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마흔 훌쩍 넘은 아저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실천안까지 함께 주었다.

그날 처음 만난 의사 입에서 나온 그 공감의 한 마디에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확 올라와서 눈가가 금세 촉촉해짐을 느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약도 시간도 그 어떤 것도 아닌 날 이해하고 토닥토닥해주는 말 한마디였구나~라는 생각에 그걸 처방해 준 의사에 대한 고마움으로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은 한약을 지어왔다. 한 달 먹은 것 같은데 별 차도가 없어 진짜 동전 노래방이라도 다녀야 되나라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

 

육아휴직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휴직인데, 그 마지막 2%의 용기 부족으로 잠시 접었었다.

최근에 일년간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이자 친척인 제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휴직이라는 찬사와, 근데 딱히 1년간 쉬면서 한 건 없다는 후회.

돌아오기 싫지는 않더냐? 는 물음에 휴가 복귀와는 다르게 1년 쉬었더니 복직할 생각에 조금이지만 설렘도 있었다니.. 크.. 쉬어 보지 못한 내가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긴 있나 보다.

"한번 더 휴직의 생각이 들면 퇴직해야지.."라는 의미 있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이 되지만 좋게 좋게 이해하려 한다.

그래 힘들다 힘들다 해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으니 일단 여기서 좀 더 낙을 찾아보자

씁쓸한 월급쟁이의 공통된 마음을 안고 버킷리스트에 육아휴직을 살포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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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마무리 중

2018. 12. 27. 05:09

1. 선물
보낸 사람의 흔적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택배 하나가 회사로 도착했다.
아무런 단서가 없다.
최근에 나 사는 것도 바빠 이런 깜짝 선물을 받을 만큼 누구에게 호의를 베푼적도 없거니와
인간관계가 좁아져서 회사, 그 중에서도 매일 같이 얼굴보는 사무실 사람 아니면.. 흠
따뜻한 밥을 식판에 올려주는 식당 여사님 말곤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크래커라니... 생라면 뿌셔먹는걸 즐기는 나에게 크래커가 가당키나 하겠나.
분명 날 잘 모르는 사람이고
크래커를 선물로 고를 수 있다는 건, 주변에 흔해 빠진 공대출신은 절대 아닌 어느 정도 센스가 있는 사람이고
녀자?  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얼마 없는 인연의 끈을 찾아봤다.

역시나 몇 안되는 인연인지라 순식간에 찾아내서 그날의 헤프닝은 30분안에 끝이 났지만,
그날의 여운은 오래 가더라.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즐거운 일이 하나 없는 일상에 이런 깜짝 선물..
너무 고맙습니다 (to 럭키럭키)


늦은 퇴근 길, 회사 주차장에 덩그라니 남겨진 나의 차
그리고 그 옆에 끼워진 쏘시지 두 개. 
퇴근 길이 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감사합니다 (to 백님)


2. 송년회
모시는 상사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 전통을 이어가는 송년회를 올 해도 부티나게 진행을 했다.

한 십년전쯤 된 것 같다.
연말이면 늘 하는 가요/연애대상처럼,
개발자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가지고, 그 노고를 치하하며 남우 조/주연상에 버금가는
베스트 코더상, 베스트 버그상 등을 주면 재미있지 않겠냐? 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그리고 그게 당신의 꿈이라고 했다.

난 그때 한쪽 귀로 듣고 흘렸다. 정확히 기억하는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다.
레드 카펫이 깔린 고급진 장소도 없거니와 턱시도와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내고 우아하게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는 
나와 나의 동료들의 모습이 상상? 아니 상상도 하기가 싫었다. 
우리는 그냥 삼겹살이나 꾸워먹으면서 소주를 들이키면서 12월을 보내는게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진짜 해보고 싶다고.
그리고 결국 본인의 입으로 뱉은 말을 실천에 옮기는데 성공을 했고 이제 어느 덧 몇 년을 이어오는 우리 그룹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베스트 코더상, 베스트 다큐먼트상, 베스트 리뷰어 상 등등.. SW 엔지니어가 갖춰야할 중요한 항목들에 대한 시상과 더불어
옆 자리 동료들의 숨은 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공연까지.

행사의 좋은 취지와 매년 발전해가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행사를 통해 서로간에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들
너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른 점을 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옆자리에 있던 나의 상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우리가 인생 살면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한 두명도 아닌 2백명이 넘는 인원을 움직이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닐터인데
결국 본인 입 밖으로 냈던, 해보고 싶다던 일을 해냈고, 그걸 지켜보는 저 분의 마음은 어떠할까?

남 칭찬 잘 안하는데.. 대단하다 싶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고.

난 입 밖으로 낸 것 중에 실천한게 뭐가 있나 싶다. 일단 육아휴직이라도 실천을...


3. 끈.
"내 맘 같지 않아도 괜찮아" 딱 저 타이틀이다.
이 책을 고민도 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

회사에서의 포지션이 좀 애매해져서 일을 시키는 사람? 아니지 아무것도 없고 일만 시키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가 많이 위축이 되고 눈치도 보게 되고 맘 고생에 눈치밥도 이런 눈치밥이 없다.
여튼 그러다보니 책 제목도 아닌 서브 타이틀 한 줄에 심쿵하게 되고  
뭔가 생활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려나 하는 기대심에 읽기 시작했다.

팩폭이 이런 팩폭이 없네. 
사십 넘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맞다고 철떡같이 믿고 살아온 나의 모습이 너무나 잘못된 것 이구나를
책 서너장 넘기면서 알게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하.. 그래서 내가 그렇게 좋다고 매달렸던 여자친구들이 다 떠나갔었나 싶기도 하고
친근하다는 표시로 내 주변 사람들과의 끈을 너무 꼭 매워두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생각이 많아 진다.
좀 더 일찍 봤으면 좋았을 책이다 싶네 ㅡㅜ


4. 이직과 휴직
미국서 살고 있는 같은 랩 출신 친구의 뜬금포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물론 지원할 생각은 없지만 냄비속 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 거길 빠져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게
한심스럽다고 해야하나..
애들 대학교갈때까지만 버티자를 입 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주변 동료의 말이
자연스레 대기업 직장인의 인생의 목표가 된게 아닌가 싶고
나 역시 같은 생각으로, 몇 년을 더 버텨야하나 손가락을 접어보고 있으니..

번 아웃을 선언하고 휴직을 할까? 그러면 뭐가 달라지려나?
내 인생의 목표가 이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인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인가?

나만 고민이 많은건가? 옆자리 동료도 고민을 하는 것일까?
2018년의 끝자락에는 내 거취에 대한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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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날

2018. 12. 25. 17:48

1학년 큰 아들의 소원이란다.

좋다 나쁘다를 잘 표현하지 않던 아들의 속 마음이라 그런지 더 신경이 쓰인다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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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냐

2018. 12. 25. 17:39

잘 있냐 

요즘 자주 내뱉는 말이다. 

혼자 길을 걷다가 때마침 바람이 불어 언제적인지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익숙한 내음이 코를 통해 쑥 들어오고 

무언가 모를 찡함에 감정선이 쉬이 무너져버리는 날.. 

잘 있냐..라는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툭 튀어 나온다. 

대상도 없다. 

대상은 그 말이 입 밖에 나온 후부터 머리가 생각을 한다. 

참 좋아했었던 어린 시절 여자친구 

한달 전 꼼장어에 소주 한 잔 걸쳤던 고등학교 친구 

오늘 아침에 늦었다며 서둘러 출근하던 와이프. 

애증의 직장 동료.. 

그날 그날 타겟이 되는 사람은 다르지만 

그 짧은 순간 생각나는 사람에 따라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가 미간이 찌푸려졌다가 그런다. 

이러한 생각들은 돌아돌아 결국은 나에게 돌아온다. 

나의 머리가 나의 가슴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 잘 있냐? 

미소도, 찌푸려진 미간도 아닌 무반응에 한번 더 물어본다. 

너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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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일상의 정의

2018. 10. 23. 06:40

출근길을 생각해보자.

차를 타면 의자가 이전 내 자세에 맞게 자동으로 움직여준다.

시동을 건다. BT가 연결이 되면서 이전에 들었던 미디어 관련 앱이 실행이 된다.

시끌벅쩍 입담 좋은 패널들이 진행하는 팟케스트가 나올 때면, 아~~어제 퇴근길에 내가 이걸 들었었지..

귀에는 익숙하나 누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요즘 친구들의 노래가 나올 때면,

어제는 무슨 생각으로 잘 듣지도 않던 월간 베스트를 리스트에 담아뒀을까 라며 기억을 더듬게 된다.

늘 듣던 그 음악들로 변경코자 뮤직앱을 실행해 보면,

나의 취향, 내가 에전에 좋아했던 가수, 최근에 좋아하는 가수, 그 가수들과 비슷한 가수, 방금 들은 노래와 유사한 장르,

2013년 10월 어느 날 많이 들었던 노래..등등

나와 관련된 정보로 만들어 낸 [나만의 노래]들이 서로 자기를 선택해달라고 둥둥 떠다닌다.

'오호~ 제법 똘똘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나의 찌질한 음악 취향까지 하나 남김없이 다 공개되어 버렸구나' 라는 섬뜩함도 함께 든다.

유투브드 마찬가지다. 야릇한 제목에 눌러본 카톡 주작 대화 컨텐츠는,

이후 유튜브에 들어갈 때마다 더 야릇한 제목을 앞세워 나를 꼬득인다.

 

이렇게 노력들을 하고 있다.

자동차나 휴대폰이나 TV나...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선호도를 더 알아내고 그것에 딱 맞는 취향저격 컨텐츠를 제공할까?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게 할까?

 

내가 있는 부서에서도 요즘 이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

다들 거는 기대도 크고 상품화되었을 때 WOW!! 할 소비자의 반응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가장 큰 기술력은,

사용자의 패턴을 어떻게 잘 인지를 할 것인가?

그리고 정형화된 그 사용자의 패턴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을 알아서 제공해 줄 것인가? 일 것이다.

밤 12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칼같이 일어나고, 아침 운동하고, 운동하면서는 신나는 음악, 헬스 어플로 방출된 칼로리 체크,

아침은 늘 커피로, 회사 시간은 9시부터 6시, 그 이후 월,수,금 학원을 가서 영어 공부를 2시간하고,

집에 돌아오면 9시, 샤워를 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하다가 12시에 잠이 든다.

이 얼마나 SW 개발자가 좋아할 만한 정형화된 삶인가. 이런 사람들만 생각하고 SW 초기 설계를 시작 하겠지.

정작 개발자 본인도 이렇게 살지 않으면서..

 

나는 이러한 패턴이 있는가?

SW개발자가 좋아할 삶인지,  일상 자체가 변수라서 나 때문에 예외 조건들을 덕지덕지 붙혀야 되는 삶인지.

나도 나름 패턴은 있다.

 6시 30분 기상, 비가 오지 않는다면 집 앞 공원에서 20분 산책

 7시 아침 밥 준비

 7시 30분 마눌님 출근, 아들 두 녀석 깨워 밥먹이기

 8시 10분 큰 아들 등교.

 8시 30분 카풀하는 동료에게 ㄱㄱ 라고 카톡 보내기

 8시 45분 카풀하는 동료 도착, 둘째 녀석 유치원에 데려다 줌

 8시 50분 회사로 출발

 9시 50분 회사 업무 시작

 12시 점심 시간, 밥 먹고 회사 한바퀴 돌고 들어와서 양치하면 딱 1시간 소요

 13시 오후 업무 시작

 18시 저녁 시간, Takeout 을 식당서 받아와서 먹으면서 업무 계속

 22시 퇴근 준비

 23시 집 도착 후 코잠들어 있는 아들 방문 열어보고 깨지 않을 정도의 스킨쉽 시도.깨려고 하면 재빨리 도망

 23시 30분 일단 TV 켠 후 샤워, 피곤한 날은 고양이 세수

 00시 심리적 허기짐인지 육체적 허기짐인지 판단해서 독서 또는 맥주를 취함

 01시 취침

 

이게 나의 일상이구나.. 하... 우울하다

다들 이렇게 사는건가. 이렇게 다들 빡빡한가 정말??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바쁘게 산다고 다 잘 살고 있는건 아니지 않나..

가장으로 과장으로  어느 것 하나 구멍내서는 안된다는 강한 압박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다.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정말 열심히 살고 있으니 너무 자책하지마라고.

 

자.. 나의 패턴은 손수 친절히 알려줬다. 이제 남은 것은

"정형화된 그 사용자의 패턴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을 알아서 제공해 줄 것인가?" 인데..

잠들기 전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겁니다. 굿나잇!'

 

어디선가 유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을 감수성 충만한 개발자가

언젠가는 나의 이 작은 소망이 반영된 서비스를 런칭해주길 기대한다.

같은 값이면 아리따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분이 굿나잇을 해주면 더 좋겠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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