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습

새벽.. 근황

2023. 11. 1. 00:51

참 피곤한 시간이다.
그래서 뭔가를 끄적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 하루가 넘어가기 1시간 전에 다시 돌아왔다.
집이 주는 푸근함에 잠시 소파에 누워있다가 샤워를 하고 어지럽혀진 집안을 한번 정리하고 나니 다음날이 되어있다.
또 내일을.. 아니지 오늘 아침을 기약하며 부족한 잠을 채워야 되는 시간이다.

"허망하다."

허망이라는 단어가 이럴 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지 않은 마음 상태, 망해버린 하루를 표현하고 싶었다.

 


"카톡.."
아무말이나 시도 때도 없이 나누는 회사 동료 카톡 방에 맥주 캔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술 없인 살 수가 없네요."
평소 맥주 한잔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동료인데, 허세스러운 말에서 조금은 그 진심이 느껴진다. 무슨 마음인지 왜 모르겠냐
'에잇.. '
요즘 매일같이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어서 자제 중이었는데 맥주캔을 하나 들었다. 
오늘은 잠이 아니라 술로 이 허망함을 채워야겠다.
 
요즘 관계가 소원해진 애가 한 명 있다.
회사 입사하고부터 지금까지니깐 20년 가까이를 꽤 가깝게 지내왔다.
다툼의 순간은 짧았지만 회복은 쉽지가 않다. 
긴 세월의 친분은 상처난 마음의 치유를  빠르게 할 줄 알았는데, 그 긴 시간이 주는 섭섭함으로 회복을 더디게 한다.
덕분에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난 변화가 없다
그런데 왜? 좋았던 관계가 어색해졌을까?
그래,  너가 잘 맞추면서 지내줬던 거구나.. 그리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고.
나도 그리고 너도 우린 모두 사회생활을 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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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2023. 10. 17. 23:51

"나 이제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해볼까 해

아무 말이나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방에 무심코 던진 화두였다.

"어떻게?

"내가 내일 이 회사를 나간다고 하자.. 과연 이 회사에서 만난 인연 중에 연락을 하고 지낼 사람이 누가 있을까?

"두루두루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오빠가 그런 얘기를 하다니 의외군

"넌 있을 것 같아?

"나는 진작에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결론을 낸 상태지..

"...


'부질없다'는 이럴 때 사용하기에는 딱 어울리는 단어이다.

회사에서 받는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내가 받는 월급만큼 받고 있다.

회사에서 받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이건 딱히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퇴근을 해도 나를 따라다닌다.

즉, 회사 생활의 무료봉사다. 이러한 무료봉사는 퇴사를 해야 끝나겠지.

책상 위 노트를 정리하다  누가 볼까 봐 흑색 볼펜으로 동글동글 덧칠로 지워버린 문구가 보였다.

나는 이미 너를 정리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단 둘이 있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정을 떼려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누구에게 이렇게 분노를 했던 것일까?

그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진 않았을 텐데

난 요즘 얼마나 큰 가면을 쓰고 회사에 앉아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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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2023. 10. 17. 23:26

지난주 생일 덕에 지인들의 연락을 꽤 받았다.

정작 나 자신은 무덤덤해진 생일인데 챙겨주는 고마움에 그간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기도 했다.

"가을인데 괜찮아?"

3년 넘게 만나지 못한 입사 동기가 생일 축하 겸 안부를 물어왔다.

가을.. 그래..난 참 유난히 가을에 힘겨워했었지..

옷장에서 애정하는 니트를 꺼내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묘한 몽글몽글한 감정에, 

별일 아닌 글귀에도 코끝 찡해지고..

세상 가장 슬픈 시련을 당한 비운의 남자인냥 우울한 표정을 했더랬지.

"에휴..이제 늙어서 가을 탈 기운도 없어.."

더이상 계절에 따라 기분 조절도 못하는 그런 어린 애가 아니라는 것을 돌려서 말하고 싶었나보다...

실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노하우가 하나 더 생겼을 뿐..

난 가을이라는 계절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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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 대한 생각

2023. 2. 6. 00:45

어머니께서 오늘 새벽에 별세하셨습니다.
가시는 길 위로와 명복 빌어주시기 바랍니다.
빈소: XXX 장례식장

오랜만에 연락하는데 부고라 미안하다.
그리고 대학 동기들에게 연락 좀 부탁할게....

주말 평온한 아침 연달아 울리는 카톡 소리에 눈을 떠보니 대학 동기였다.
대학 시절 어울려 다니던 8명 남짓 친구들 중 한 명이며,
마지막으로 본 게 그 8명 중 가장 늦게 결혼한 친구의 피로연이었으니
한 십여 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슬픈 소식에 위로를 전하고 나머지 친구들에게 연락은 책임지겠노라 답장을 했다.
어머니를 잃은 친구가 받을 슬픔의 무게가 느껴져 오늘 중 일찍 조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근데 이 친구가 왜 나한테 대표로 연락을 해서 부탁을 할까? 8명 무리 중에서도 이 친구의 절친은 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여하튼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려 카톡을 쭈욱 내려보는데 만들어진 단체방이 없다.

그나마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친구에게 혹시 동기들 단톡방 있냐고 물어보니
그 친구 역시 없다고 한다.
하기야 나머지 친구들도 십 년 전 그 노총각 친구 결혼식 참석 이후로 못 보다가
울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경황없는 채 만난 게 마지막이고, 그것도 벌써 2년이 넘었으니..

참 친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이 연락처가 그 친구가 맞는지 프로필 사진까지 눌러가며 확인을 해야만 했다.
상을 치르고 있을 친구 녀석을 빼고 7명을 한 채팅방에 다 모아놓고

안녕.
내가 보낸 안녕 옆 읽음 숫자가 6, 5, 4, 3 줄어들다가 2 정도 되었을 때
평택서 살고 있는 친구가
안녕하슈~라고 대답을 해준다.

XX 어머님이 돌아가셨어.
빈소는 XX 장례식장이야..

이렇게만 마무리하기에는 좀 뻘쭘해서,
친구 위로해 주자라는 말을 덧붙였다.
위로해 주자는 나의 마지막 말 옆으로 6, 5, 4, 3... 숫자는 줄어들지만 대답은 없다.

오랜 시간의 공백은 우리의 긴 인연을 지워버린 것일까?
안녕하슈~라고 말을 해준 평택 사는 친구가
밤늦게 내려갈 테니 같이 가자고 답을 준다.
그리고 한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방을 퇴장해 버렸다.

졸업하고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한 명씩 결혼할 때면 다 같이 모여서 축하도 해주고
명절 전후로 타지 생활하는 친구들 모이면 술도 한잔씩 했던 것 같은데
결혼하고 애들 키우고, 그 애들이 벌써 고등학생인 친구도 있고
회사 생활 20년씩 하면서 이제 슬슬 이후를 생각할 나이도 되었으며,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현실을 헤쳐 나가는데 힘을 쏟다 보니 우리의 과거는 챙길 여력이 없나 보다.

20대의 즐거웠던 많은 기억을 함께한 인연이었음에도
이렇게 조사 있을 때 연락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그 소식을 듣는 것에 부담을 가지는 그런 사이가 되어 버렸구나.

평택서 온 친구를 만나 조문을 하고
상을 치르고 있는 친구와 세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어머님 병환에 대한 이야기, 애들 몇 학년이냐는 이야기, 요즘 회사 생활 괜찮냐는 물음을 하고 나니
대화가 끊겨버렸다.

이제는 흰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퉁퉁한 부장님 뱃살을 가진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하다니.
술이라도 마셨다면 20대 학창 시절의 기억을 되뇌며 그 시절 친구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평택으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 친구가 옷을 챙겨든다.
지금 출발해도 12시가 넘어야 도착할 것 같다는 걱정으로 출발을 독촉하며 나도 슬며시 일어섰다.

빈소를 늦게 까지 지키며 친구의 슬픔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여기에 와서 최소한의 의무는 다 했다고 나를 변호하는 게 앞선다.

이렇게 변해가는 우리의 인연에 대한 아쉬움, 안타까움?
현재 겨우 겨우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 만남의 이유인 경조사도 그 약발이 다 할 날이 오겠지.
한 번씩 만나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우리도 20대 청춘인 시절이 있었다는 걸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사라진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의외로 너무 쉽게 그리고 자연스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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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2023. 2. 5. 22:55

파워풀한 액션, 또는 범죄 스릴러,
하정우나 마동석이 주연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 한국 영상물에 대한 최근 나의 취향.

사랑의 이해..
넷플릭스 상위에 있는 걸 알면서도 '남주 유연석의 달달함은 나의 취향이 아냐' 하면서 외면했던 한국 드라마였다.
이번 입원기간 동안 혼자 남겨진 병실에서의 외로움을 유연석의 달달함으로 풀어보고자... 는 개뿔 아니고,
웬만한 것은 다 보는 바람에 진짜 볼 게 없어서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1~ 12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도대체 왜! 상수는 고민을 하는 것일까? 이 선택이 고민을 해야 될 내용인가?'
'결혼을 과연 사랑만으로? 어린 녀석 쯧쯧쯧..'

40 후반의 아저씨가 보기에는
상수의 흔들리는 감정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우리 미경 대한 안쓰러움.
답답하네 답답해를 중얼거리며 미경이를 응원하던 나는 드라마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상수에게 지극 정성인 사랑을 보여주는 미경,
그 미경을 두고 수영을 바라보는 상수,
그리고 그 상수를 사랑하지만 다른 결정을 하는 수영.
이러한 관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나,
그리고 '나 너무 속물이 되었구나'라는 찜찜함.
수영에 대한 상수의 저 마음. 나는 과연 없었을까? 뜬금없는 30년 전 기억 소환까지..

13회, 14회
존재감 없던 경필이 보여준 옛 연인 미경에 대한 찐 사랑.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라 마음의 울림이 몇 배는 더했으며,
또다시 과몰입한 나는 경필처럼 나를 희생하며 지켜줬던 사랑이 있었던가라는 추억 놀이까지.

이제 두 편 남았다.
내가 응원하던 미경이는 드디어 현실을 받아들였으며,
미경이를 아프게 한 상수는 
또다시 사라져 버린 수영이 때문에 한 동안 아플 듯하고.

남은 2회의 완결을 기다리지 못한 나는 
결국 책을 구매하고, 
책 제목에 친절하게 표시된 두 이해를 보면서
나의 속물적인 마음을 작가도 염두에 뒀구나 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관계이고 싶지만
누구보다 가장 치밀하게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져 보게 되는 아이러니.

이해(理解)와 이해(利害)
이해 1 (理解)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이해 2 (利害)
  이익과 손해를 아울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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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낭 안녕..

2023. 2. 1. 17:22

담낭에 돌이 있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처음 받은 게 십 년 전
그 후로 매년 그 돌의 개수는 늘어났고,
2년 전부터는 담낭 제거를 진지하게 권하기 시작했다.
작년 검진에서는 방치하면 암이..어쩌구 무서운 이야기까지 한다.
아...네네... 대충 답을 하며 배에 잔뜩 뭍은 젤을 닦아 내는 내게 한마디를 덧 붙인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수술해야 회복이 빠릅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약간 움찔했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평소에 통증도 없는데 수술을 해야 할까요?
네. 지금도 큰 역할을 못하고 있고 방치하면 나중에 더 골치 아파질 수 있고
담낭암은 예후도 안 좋아요 통상적으로.
쐐기였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병원 예약을 했다.
구멍을 한 개 뚫고도 처리할 수 있다는 병원이 요즘 꽤 핫해보였지만,
내가 비키니 입을 것도 아니고, 한 개보단 여러 군데 뚫어서 의사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안전하겠지 싶어 3개 뚫는다는 의사를 선택했다.

예약을 하고 수술날이 다가올 수록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너무나 흔한 수술이라고는 하나...
"만약에"라는 거기에 내가 포함되면 어쩌지?
수술 중이라는 붉은 표시등을 보며 수술실 앞을 왔다 갔다, 초조하게 기다려봤던 몇 건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수술로 인해 받게 될, 그 정도를 알 수 없는 통증과 그것으로 인한 불안감보다는
지켜볼 가족들에 대한 걱정들로 마음이 착잡했다.

수술은 잘 끝이 났다.
마취 깨면서부터 강하게 전달된 통증은
무언가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걸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장 빨리 알려주는 신호였으리라.
수술 이틀째부터는 살만했다.
다만 몇 십년째 루틴이 되어버린 모닝커피, 카페인의 부재는 지독한 두통을 유발했다.
배의 뚫린 3방의 구멍 통증도 잊을 만큼 강한 두통은 진통제로도 막지 못하고
저녁 늦게 허용된 아메리카노 한모금이 온몸에 퍼질 때까지 날 힘들게 했다.

3일째.
흰죽이 허용되었다. 장기 하나가 없어져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잘 넘어갔다.
그리고 모닝커피의 행복한 루틴을 다시 찾아왔다.
담낭이 제거됨에 함께 긴장해 쪼그라든 다른 장기들의 긴장 완화를 위해 복도를 계속 걸었다.
십 년째 걱정했던 담낭의 돌, 그것과의 자연스러운 안녕이 진행되고 있었다.

4일째.
밥이 허용되었다.
죽보다는 쉽지가 않았다. 장기가 격렬히 요동을 치고 거부감을 보였다.
원래 아침은 먹지 않았지..싶어 몇 술 뜨고 정리했다.
퇴원 준비를 했다.
퇴원 전 마지막 소독의 시간.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내 배를 쳐다봤다.
두 구멍은 스테이플러 3방, 오른쪽 옆구리 쪽은 스테이플러 2방으로 살을 잡고 있었다.
요즘은 실로 꿰매는게 아니라 스테이플러로 고정을 하나보다.
좀 섬뜩했다. 저 스테이플러 심은 어떻게 다시 뽑아내지?
제가 퇴원하고 조심할 음식이 있을까요?
아뇨.. 그냥 다 드시면 됩니다. 설사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적응하는 겁니다.
너무나 쿨한 의사의 마지막 멘트를 듣고 퇴원을 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참 큰일을 겪은 너무나 긴 한 주였다.
하루하루 안부를 물어보는 이에 대한 고마움.
한 번 정도는 안부를 물어볼 법도 한데 연락 한통 없는 이에 대한 서운함.
이 나이 먹고도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하다니....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내 몸에서 빠져버린 담낭의 크기 만큼,
딱 그만큼의 복잡한 감정들이 그 자리를 메꿔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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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

2022. 12. 28. 17:11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하는 40대 가장으로 살아간다.
늘 마주하는 사람들, 익숙한 환경 덕에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 역시 오늘 같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익숙한 일상에 적잖은 스트레스이다.
그러한 만남이 1회성이 아니라 꽤 지속될 것 같은 관계라면
나의 평온한 일상에 포함을 시켜 익숙해 질 것인가
저 멀리 변두리에 두어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한다.

보통 이런 선택은 첫 인상에서 정해진다.
나랑 맞을 것 같은 사람, 나랑 결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첫 만남 또는 첫 대화에서 확신해 찬 판단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그 판단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변두리로 배치한 사람은 선입견이라는 막으로 포장을 하고
뭘 해도 나랑 안 맞는다고 믿고 싶어한다.
주변에서 그 사람의 안좋은 이야기가 들릴 때면 역시 나의 판단은 정확 했다고 뿌듯해하며
선입견 포장지에 또다른 딱지를 하나 붙여준다.
친해질 수 없는 관계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자격지심인가?
어떤 점에서 내가 저 사람에게 밀린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래서 이유도 없이 싫어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속 좁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나?
갑자기 미안해진다.
이러한 내적 갈등을 경험하면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기 위한 곁눈질을 슬쩍슬쩍 한다.
조금 부드러운 태도로 그 사람을 대해본다.

아니더라.
처음부터 맘에 안든 사람은 그냥 나랑 안 맞는 사람이더라.
처음부터 맞지 않는 사람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많고 나랑 맞는 사람 알아가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조직 개편으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시즌에
나를 위한 변호를 미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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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2022. 10. 18. 08:08

몇 년 전 40세 기념으로 대장 내시경을 하면서
40년 동안 막 먹어재낀 내 몸에 대한 리셋을 해줬다.
그 당시는 처음 경험한 3리터의 고통도 내 몸을 깨끗이 지워주는
고귀한 정화수라 생각하고 견뎌냈다.
검사 결과가 깨끗함에 감사하고 이후 또 편하게 먹어재끼다가
수년이 지난 올해
재작년부터 리셋 리셋을 외치는 몸뚱이의 외침을 결국 받아들였다.
일반 건검과 달리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검진의 준비는 좀 더 타이트했다.
3일 전부터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리스트도 있고. 아 물론 이게 있다는 걸 2일 전에 보는 바람에 밥 위에 뿌려먹은 김가루 어쩔 ㅜㅜ
금식 역시 검사 전날 점심 흰 죽을 마지막으로 스톱인지라
정해진 시간에 곡물이 들어오지 않음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당이 떨어져서 식은땀까지 경험을.
고작 반나절 못 먹는 건데
왜 이리 먹고 싶은 게 많은지.
검진 끝나자마자 간짜장 후루룩후루룩 해야지라는 논산 훈련소 4주차때나 떠올릴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후 8시
하루 종일 허기졌던 나에게 첫 500미리 정화수는 생명수였다
원샷을 하고
이제 경건하게 리셋을 준비하려는데 바로
15분 뒤 또 다른 500미리 드링킹을 하라는 안내가 보였다.
그리고 또 15분 뒤 또 500미리.

밑으로 나와야 할게 위로 나올 것 같은 역함을 겨우 겨우 참으며
와우.
부족함으로 느낀 고통과
넘침으로 느낀 고통을 하루에 다 경험을 하고 보니
그 무엇도 지나치면 안 되는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득도를..

이러한 깨달음을 새벽 4시에 한번 더 느낀 후
난 지금 병원서 초조하게 리셋에 대한 마지막 단계를 준비 중이다

기다리다보니 이건 뭐!!!!
진작에 알았다면 당연 알약이지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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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17. 13:04

초등학생 아들 둘이 자기들 나름의 놀이를 하고 있다.
끝나지 않을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서로 좋아라하고 있다.

밥을 많이 먹으면 뭐하는데
배가 아프겠지
배가 아프면 뭐하는데
화장실에 가겠지
...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가 도대체 언제 끝났나 싶어 쳐다보는데
초딩3학년 작은아들의 질문 공격에 5학년 큰아들의 답변이 시작되었다.

공부 잘하면 뭐하는데
좋은 대학 가겠지
좋은 대학가면 뭐하는데
좋은곳에 취직하겠지
좋은 곳에 취직하면 뭐하는데
돈 많이 벌겠지
돈 많이 벌면 뭐하는데
여유가 생기겠지
여유가 생기면 뭐하는데
행복하겠지
행복하면 뭐하는데
여유가 생기겠지
여유가 생기면 뭐하는데
행복하겠지

무한루프에 빠졌다.
아이들도 아는 여유와 행복의 관계.

내가 여유롭고 행복한 루프에 빠지지 못한 건
저 선행되야 할 스텝을 밟지 않아서겠지
최근 힘들다 한숨이 늘어난 것도
다 저 스텝을 밟지 않아서인거고....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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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14. 09:46

꾸역꾸역
겨우겨우
오늘도 잘 버텼구나...
요즘 늘 반복되는
나의 하루에 대한 평가.
저 두 단어가 너무 우울해보여
나의 하루를 대신할 말을 생각해보니
잦은 한숨
알수없는 것들에 대한 분노
떠나고 싶은 간절한 바램
그렇게 할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각
그로 인한 상실감 및 좌절
좌절로 인한 허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
그거슨 알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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