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습/2022년

첫 인상

2022. 12. 28. 17:11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하는 40대 가장으로 살아간다.
늘 마주하는 사람들, 익숙한 환경 덕에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 역시 오늘 같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익숙한 일상에 적잖은 스트레스이다.
그러한 만남이 1회성이 아니라 꽤 지속될 것 같은 관계라면
나의 평온한 일상에 포함을 시켜 익숙해 질 것인가
저 멀리 변두리에 두어 거리를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한다.

보통 이런 선택은 첫 인상에서 정해진다.
나랑 맞을 것 같은 사람, 나랑 결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첫 만남 또는 첫 대화에서 확신해 찬 판단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그 판단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변두리로 배치한 사람은 선입견이라는 막으로 포장을 하고
뭘 해도 나랑 안 맞는다고 믿고 싶어한다.
주변에서 그 사람의 안좋은 이야기가 들릴 때면 역시 나의 판단은 정확 했다고 뿌듯해하며
선입견 포장지에 또다른 딱지를 하나 붙여준다.
친해질 수 없는 관계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자격지심인가?
어떤 점에서 내가 저 사람에게 밀린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래서 이유도 없이 싫어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속 좁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나?
갑자기 미안해진다.
이러한 내적 갈등을 경험하면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기 위한 곁눈질을 슬쩍슬쩍 한다.
조금 부드러운 태도로 그 사람을 대해본다.

아니더라.
처음부터 맘에 안든 사람은 그냥 나랑 안 맞는 사람이더라.
처음부터 맞지 않는 사람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많고 나랑 맞는 사람 알아가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조직 개편으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시즌에
나를 위한 변호를 미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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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2022. 10. 18. 08:08

몇 년 전 40세 기념으로 대장 내시경을 하면서
40년 동안 막 먹어재낀 내 몸에 대한 리셋을 해줬다.
그 당시는 처음 경험한 3리터의 고통도 내 몸을 깨끗이 지워주는
고귀한 정화수라 생각하고 견뎌냈다.
검사 결과가 깨끗함에 감사하고 이후 또 편하게 먹어재끼다가
수년이 지난 올해
재작년부터 리셋 리셋을 외치는 몸뚱이의 외침을 결국 받아들였다.
일반 건검과 달리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검진의 준비는 좀 더 타이트했다.
3일 전부터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리스트도 있고. 아 물론 이게 있다는 걸 2일 전에 보는 바람에 밥 위에 뿌려먹은 김가루 어쩔 ㅜㅜ
금식 역시 검사 전날 점심 흰 죽을 마지막으로 스톱인지라
정해진 시간에 곡물이 들어오지 않음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당이 떨어져서 식은땀까지 경험을.
고작 반나절 못 먹는 건데
왜 이리 먹고 싶은 게 많은지.
검진 끝나자마자 간짜장 후루룩후루룩 해야지라는 논산 훈련소 4주차때나 떠올릴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후 8시
하루 종일 허기졌던 나에게 첫 500미리 정화수는 생명수였다
원샷을 하고
이제 경건하게 리셋을 준비하려는데 바로
15분 뒤 또 다른 500미리 드링킹을 하라는 안내가 보였다.
그리고 또 15분 뒤 또 500미리.

밑으로 나와야 할게 위로 나올 것 같은 역함을 겨우 겨우 참으며
와우.
부족함으로 느낀 고통과
넘침으로 느낀 고통을 하루에 다 경험을 하고 보니
그 무엇도 지나치면 안 되는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득도를..

이러한 깨달음을 새벽 4시에 한번 더 느낀 후
난 지금 병원서 초조하게 리셋에 대한 마지막 단계를 준비 중이다

기다리다보니 이건 뭐!!!!
진작에 알았다면 당연 알약이지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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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행복.. 돈

2022. 10. 17. 13:04

초등학생 아들 둘이 자기들 나름의 놀이를 하고 있다.
끝나지 않을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서로 좋아라하고 있다.

밥을 많이 먹으면 뭐하는데
배가 아프겠지
배가 아프면 뭐하는데
화장실에 가겠지
...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가 도대체 언제 끝났나 싶어 쳐다보는데
초딩3학년 작은아들의 질문 공격에 5학년 큰아들의 답변이 시작되었다.

공부 잘하면 뭐하는데
좋은 대학 가겠지
좋은 대학가면 뭐하는데
좋은곳에 취직하겠지
좋은 곳에 취직하면 뭐하는데
돈 많이 벌겠지
돈 많이 벌면 뭐하는데
여유가 생기겠지
여유가 생기면 뭐하는데
행복하겠지
행복하면 뭐하는데
여유가 생기겠지
여유가 생기면 뭐하는데
행복하겠지

무한루프에 빠졌다.
아이들도 아는 여유와 행복의 관계.

내가 여유롭고 행복한 루프에 빠지지 못한 건
저 선행되야 할 스텝을 밟지 않아서겠지
최근 힘들다 한숨이 늘어난 것도
다 저 스텝을 밟지 않아서인거고....
씁쓸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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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

2022. 10. 14. 09:46

꾸역꾸역
겨우겨우
오늘도 잘 버텼구나...
요즘 늘 반복되는
나의 하루에 대한 평가.
저 두 단어가 너무 우울해보여
나의 하루를 대신할 말을 생각해보니
잦은 한숨
알수없는 것들에 대한 분노
떠나고 싶은 간절한 바램
그렇게 할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각
그로 인한 상실감 및 좌절
좌절로 인한 허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
그거슨 알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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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2....

2022. 10. 2. 16:2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뜻도 모르고 열심히 불렀던 애국가 3절 가사
세월이 훌쩍 지나 쳐다본 가을 하늘에서 공활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애국가 부를 때 말고는 사용해본 기억이 없는 이 단어가 이럴 때 사용하는 거구나.

공활한 가을 하늘은 작년에도 그랬을 테고 재작년에도 그랬을 텐데
왜 이게 이제야 보이는 걸까..
나이가 들어가고 있나..
세상에 좋은 것들이,  아니면 내가 봐야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잘 못 봤던 것들이 이제 보이는 걸까
엄마 휴대폰에 가득한 이름 모를 꽃 사진도 이렇게 하나하나 모아진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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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2022. 8. 29. 20:11

며칠전부터 흥얼흥얼거린 노래가 있다
가사도 심지어 제목도 정확치 않은 노래였는데 감정선을 심하게 건드리더라.
세상 모든 슬픔을 내가 감당해야할 것 같은 무거움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
하지만 그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은, 그냥 다 받아주고 싶은 슬픔이다.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 한다고 괜한 헛수고라 생각하지 말아요
....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고 느꼈는데
어느 새 왔구나.
나의 가을이...
https://youtu.be/QBznZ9eSW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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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2022. 3. 11. 01:21

어제 밤늦은 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탓이 컸으리라.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5년간 나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버렸다.
하루 종일 멍하다. 

솔직히 1번 역시 그렇게 마음에 쏙 들진 않았다.
하지만 2번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컸고, 그 아닌 이유는 수십 가지 넘었다.
다 싫었다.
무식한 것도 생긴 것도 뒤가 구린 것도 언행도,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 심판이라는 건방짐도 싫었다
심판이라니. 도대체 누가 누구를 심판한다는 건지.
하는 거라고 어퍼컷밖에 없는 사람한테 이 나라를 맡겨야 되나.

대깨문이라고 해도 괜찮다.
클베라고 해도 괜찮다. 
간철수도, 민주에 빌붙어 진보라는 이름으로 기생하던 그 노란색 당도 꼴 보기 싫고
갈라치기에 싹수없는 말만 툭툭 던지는 허세 가득한 준스톤도
정치 생명 끝나도 벌써 끝났어야 되는데 기생 능력도 대단하다 싶은 그래 그 사람까지.
잘해봐라. 진짜
이제 나도 정부에 대해서 욕 좀 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리고 문통의 임기 후는 편하게 해 드리자.
사람이라면 그래야 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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