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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첫 글.. 근황

2024. 7. 14. 23:12
행복하지 않다

불쑥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출근길 그래야 될 것 같아 틀어둔 영어 회화는 소음처럼 윙윙거리고

가기 싫은 출근길을 더 가기 싫게 만드는 교통 체증은 답답한 마음처럼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짜증은 났지만 큰일은 아니다. 종종 겪는 일이고, 이 별것 아닌 일이 나의 행복을 판단할 정도는 당연히 아니다.

다만 목 끝까지 차올라 언제 터질까 초조하게 기다리던 내 마음속 트리거의 역할은 충분했으리라.

난 왜 즐겁지가 않지..

친구들처럼 골프를 치면 즐거울까?

술을 마시면 즐거워지려나

남들은 정말 즐거운가?

 

행복하지가 않다.

그간 티 내지 않으려 행여나 나의 가족이 속상하지 않을까 힘들게 참아왔던 말인지라

툭 터져 나온 말에 깜짝 놀라 주변부터 둘러봤다.

나의 이런 모습도 원인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조금의 비난도 받지 않으려다 보니

늘 다른 모습의 나로 살고 있다.

내가 나로 살지 않은데 행복할 수가 있을까.

 

늘 해법은 없다.

원인은 나에게 있는데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밖에서 찾고 있었다.

나답게 산다.

내 인생을 산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

새벽.. 근황

2023. 11. 1. 00:51

참 피곤한 시간이다.
그래서 뭔가를 끄적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 하루가 넘어가기 1시간 전에 다시 돌아왔다.
집이 주는 푸근함에 잠시 소파에 누워있다가 샤워를 하고 어지럽혀진 집안을 한번 정리하고 나니 다음날이 되어있다.
또 내일을.. 아니지 오늘 아침을 기약하며 부족한 잠을 채워야 되는 시간이다.

"허망하다."

허망이라는 단어가 이럴 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지 않은 마음 상태, 망해버린 하루를 표현하고 싶었다.

 


"카톡.."
아무말이나 시도 때도 없이 나누는 회사 동료 카톡 방에 맥주 캔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술 없인 살 수가 없네요."
평소 맥주 한잔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동료인데, 허세스러운 말에서 조금은 그 진심이 느껴진다. 무슨 마음인지 왜 모르겠냐
'에잇.. '
요즘 매일같이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어서 자제 중이었는데 맥주캔을 하나 들었다. 
오늘은 잠이 아니라 술로 이 허망함을 채워야겠다.
 
요즘 관계가 소원해진 애가 한 명 있다.
회사 입사하고부터 지금까지니깐 20년 가까이를 꽤 가깝게 지내왔다.
다툼의 순간은 짧았지만 회복은 쉽지가 않다. 
긴 세월의 친분은 상처난 마음의 치유를  빠르게 할 줄 알았는데, 그 긴 시간이 주는 섭섭함으로 회복을 더디게 한다.
덕분에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난 변화가 없다
그런데 왜? 좋았던 관계가 어색해졌을까?
그래,  너가 잘 맞추면서 지내줬던 거구나.. 그리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고.
나도 그리고 너도 우린 모두 사회생활을 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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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2023. 10. 17. 23:51

"나 이제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해볼까 해

아무 말이나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방에 무심코 던진 화두였다.

"어떻게?

"내가 내일 이 회사를 나간다고 하자.. 과연 이 회사에서 만난 인연 중에 연락을 하고 지낼 사람이 누가 있을까?

"두루두루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오빠가 그런 얘기를 하다니 의외군

"넌 있을 것 같아?

"나는 진작에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결론을 낸 상태지..

"...


'부질없다'는 이럴 때 사용하기에는 딱 어울리는 단어이다.

회사에서 받는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내가 받는 월급만큼 받고 있다.

회사에서 받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이건 딱히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퇴근을 해도 나를 따라다닌다.

즉, 회사 생활의 무료봉사다. 이러한 무료봉사는 퇴사를 해야 끝나겠지.

책상 위 노트를 정리하다  누가 볼까 봐 흑색 볼펜으로 동글동글 덧칠로 지워버린 문구가 보였다.

나는 이미 너를 정리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단 둘이 있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정을 떼려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누구에게 이렇게 분노를 했던 것일까?

그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진 않았을 텐데

난 요즘 얼마나 큰 가면을 쓰고 회사에 앉아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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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2023. 10. 17. 23:26

지난주 생일 덕에 지인들의 연락을 꽤 받았다.

정작 나 자신은 무덤덤해진 생일인데 챙겨주는 고마움에 그간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기도 했다.

"가을인데 괜찮아?"

3년 넘게 만나지 못한 입사 동기가 생일 축하 겸 안부를 물어왔다.

가을.. 그래..난 참 유난히 가을에 힘겨워했었지..

옷장에서 애정하는 니트를 꺼내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묘한 몽글몽글한 감정에, 

별일 아닌 글귀에도 코끝 찡해지고..

세상 가장 슬픈 시련을 당한 비운의 남자인냥 우울한 표정을 했더랬지.

"에휴..이제 늙어서 가을 탈 기운도 없어.."

더이상 계절에 따라 기분 조절도 못하는 그런 어린 애가 아니라는 것을 돌려서 말하고 싶었나보다...

실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노하우가 하나 더 생겼을 뿐..

난 가을이라는 계절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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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2023. 2. 5. 22:55

파워풀한 액션, 또는 범죄 스릴러,
하정우나 마동석이 주연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 한국 영상물에 대한 최근 나의 취향.

사랑의 이해..
넷플릭스 상위에 있는 걸 알면서도 '남주 유연석의 달달함은 나의 취향이 아냐' 하면서 외면했던 한국 드라마였다.
이번 입원기간 동안 혼자 남겨진 병실에서의 외로움을 유연석의 달달함으로 풀어보고자... 는 개뿔 아니고,
웬만한 것은 다 보는 바람에 진짜 볼 게 없어서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1~ 12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도대체 왜! 상수는 고민을 하는 것일까? 이 선택이 고민을 해야 될 내용인가?'
'결혼을 과연 사랑만으로? 어린 녀석 쯧쯧쯧..'

40 후반의 아저씨가 보기에는
상수의 흔들리는 감정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우리 미경 대한 안쓰러움.
답답하네 답답해를 중얼거리며 미경이를 응원하던 나는 드라마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상수에게 지극 정성인 사랑을 보여주는 미경,
그 미경을 두고 수영을 바라보는 상수,
그리고 그 상수를 사랑하지만 다른 결정을 하는 수영.
이러한 관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나,
그리고 '나 너무 속물이 되었구나'라는 찜찜함.
수영에 대한 상수의 저 마음. 나는 과연 없었을까? 뜬금없는 30년 전 기억 소환까지..

13회, 14회
존재감 없던 경필이 보여준 옛 연인 미경에 대한 찐 사랑.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라 마음의 울림이 몇 배는 더했으며,
또다시 과몰입한 나는 경필처럼 나를 희생하며 지켜줬던 사랑이 있었던가라는 추억 놀이까지.

이제 두 편 남았다.
내가 응원하던 미경이는 드디어 현실을 받아들였으며,
미경이를 아프게 한 상수는 
또다시 사라져 버린 수영이 때문에 한 동안 아플 듯하고.

남은 2회의 완결을 기다리지 못한 나는 
결국 책을 구매하고, 
책 제목에 친절하게 표시된 두 이해를 보면서
나의 속물적인 마음을 작가도 염두에 뒀구나 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관계이고 싶지만
누구보다 가장 치밀하게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져 보게 되는 아이러니.

이해(理解)와 이해(利害)
이해 1 (理解)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이해 2 (利害)
  이익과 손해를 아울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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