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살기라..
1년 살기 하러 호주에 간 동기와 대화를 나눴다
나와 같이 입사해서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일상을 견디다 못해
지난 이맘때쯤 짐 싸들고 어린 딸까지 덜쳐 업고 호주로 날아가버렸다.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호주에서의 1년간에 대한 만족이 한마디 한마디에 느껴졌다.
휴직을 결심할 즈음 운전면허를 따고 연수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운전대가 우측에 있고 우리나라 도로와 반대인 호주에서 쌩쌩 운전한 이야기며
딸애 학교에서 애들 도시락 만드는 자원봉사에 지원해서 한 이야기,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던 친구였는데 골프를 배워서 필드를 나간다는 소식까지
1년 새 이 친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으며
그 무엇이 이렇게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으로 변하게 했는지
대화를 나눌수록 너무 놀라웠다.
몇 장의 동화 같은 풍경 사진을 투척하면서 남긴 멘트가 너무 인상적이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들 1년 휴직 후딱 지나간다더니 아니더라.."
"내 주변에 휴직하고 온 사람들이 다들 시간 금방 지나갔다고 하던데? 넌 아니었어?"
"매일 같은 일상은 중복되는 이벤트가 압축되어 기억되니 금방 지나가는데
새로운 경험은 하나하나의 이벤트가 다 저장이 되니 후딱 지나가지 않아"
...
"그러게, 늘 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는 정말 시간이 빠른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말 멋진 말인 것 같아"
"내가 만들어낸 멋진 말이라기보다는 경험을 통한 발견이지.. 훗"
호주는커녕 가까운 제주도에서 1달 살기조차도 꿈만 꾸고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게
용기 있는 이 친구의 실천력과 1년간의 다양한 경험으로 생겨난 내공은
저 마음 깊은 곳에 오래전부터 미뤄 미뤄 숨겨뒀던 아주 쪼그마한 소망을 간질간질 끄집어내고 있다.
'살아가는 모습 > 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MZ세대 (0) | 2024.11.27 |
---|---|
"오케이 구글. 방귀껴봐" (1) | 2024.11.04 |
해철형님을 기리며... (6) | 2024.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