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2022. 10. 18. 08:08

몇 년 전 40세 기념으로 대장 내시경을 하면서
40년 동안 막 먹어재낀 내 몸에 대한 리셋을 해줬다.
그 당시는 처음 경험한 3리터의 고통도 내 몸을 깨끗이 지워주는
고귀한 정화수라 생각하고 견뎌냈다.
검사 결과가 깨끗함에 감사하고 이후 또 편하게 먹어재끼다가
수년이 지난 올해
재작년부터 리셋 리셋을 외치는 몸뚱이의 외침을 결국 받아들였다.
일반 건검과 달리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검진의 준비는 좀 더 타이트했다.
3일 전부터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리스트도 있고. 아 물론 이게 있다는 걸 2일 전에 보는 바람에 밥 위에 뿌려먹은 김가루 어쩔 ㅜㅜ
금식 역시 검사 전날 점심 흰 죽을 마지막으로 스톱인지라
정해진 시간에 곡물이 들어오지 않음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당이 떨어져서 식은땀까지 경험을.
고작 반나절 못 먹는 건데
왜 이리 먹고 싶은 게 많은지.
검진 끝나자마자 간짜장 후루룩후루룩 해야지라는 논산 훈련소 4주차때나 떠올릴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후 8시
하루 종일 허기졌던 나에게 첫 500미리 정화수는 생명수였다
원샷을 하고
이제 경건하게 리셋을 준비하려는데 바로
15분 뒤 또 다른 500미리 드링킹을 하라는 안내가 보였다.
그리고 또 15분 뒤 또 500미리.

밑으로 나와야 할게 위로 나올 것 같은 역함을 겨우 겨우 참으며
와우.
부족함으로 느낀 고통과
넘침으로 느낀 고통을 하루에 다 경험을 하고 보니
그 무엇도 지나치면 안 되는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득도를..

이러한 깨달음을 새벽 4시에 한번 더 느낀 후
난 지금 병원서 초조하게 리셋에 대한 마지막 단계를 준비 중이다

기다리다보니 이건 뭐!!!!
진작에 알았다면 당연 알약이지
하하하하하하

'살아가는 모습 > 202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인상  (0) 2022.12.28
여유.. 행복.. 돈  (0) 2022.10.17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  (0) 2022.10.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