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벌써 4월

2019. 4. 6. 11:14

근황

'힘들다 힘들다'를 입에 달면서 내년에는 보란 듯이 휴직을 하겠노라 큰소리쳤던 18년 막바지.

그때는 분노의 글을 싸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라도 있었나 보다.

19년 시작은 최악이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인사처럼 자연스러워질 만도 한데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었나 싶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듣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일도 밀리면 안 되고 지시사항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사는 게 문제란다. 자기처럼 싫은 소리에도 처연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나…

에라이. 너의 그 태도 때문에 내가 더 힘들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참고 있자니, 다 사람 사는 동네인데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혼내면 들어주면 되지 않냐라고 되려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럴듯하다. 묘하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조언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보면 그 동료의 말처럼 빡빡하게 사는 게 틀림없는데 이렇게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이상한 건가? 혼란이다.

 

최근에 온 가족이 한의원에 다녀왔다.

봄이기도 하고 입맛도 없고는 핑계고 그냥 뭐라도 몸에 좋은 걸 먹어야겠다 싶어서 돈 쓰려고 갔다.

맥을 잡으면서 나의 증상을 들어주던 의사의 첫마디가,

'아버님 그간 어떻게 사셨어요',  너무 많이 참아서 몸에 탈이 난 거란다. 쉽게 말해 병명은 따로 없고 그냥 화병이라는 건데.

취미를 가져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으라는 일반적인 대안 제시와, 퇴근 후 동전 노래방을 다녀보라는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마흔 훌쩍 넘은 아저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실천안까지 함께 주었다.

그날 처음 만난 의사 입에서 나온 그 공감의 한 마디에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확 올라와서 눈가가 금세 촉촉해짐을 느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약도 시간도 그 어떤 것도 아닌 날 이해하고 토닥토닥해주는 말 한마디였구나~라는 생각에 그걸 처방해 준 의사에 대한 고마움으로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은 한약을 지어왔다. 한 달 먹은 것 같은데 별 차도가 없어 진짜 동전 노래방이라도 다녀야 되나라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

 

육아휴직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휴직인데, 그 마지막 2%의 용기 부족으로 잠시 접었었다.

최근에 일년간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이자 친척인 제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휴직이라는 찬사와, 근데 딱히 1년간 쉬면서 한 건 없다는 후회.

돌아오기 싫지는 않더냐? 는 물음에 휴가 복귀와는 다르게 1년 쉬었더니 복직할 생각에 조금이지만 설렘도 있었다니.. 크.. 쉬어 보지 못한 내가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긴 있나 보다.

"한번 더 휴직의 생각이 들면 퇴직해야지.."라는 의미 있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이 되지만 좋게 좋게 이해하려 한다.

그래 힘들다 힘들다 해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으니 일단 여기서 좀 더 낙을 찾아보자

씁쓸한 월급쟁이의 공통된 마음을 안고 버킷리스트에 육아휴직을 살포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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