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냐

2018. 12. 25. 17:39

잘 있냐 

요즘 자주 내뱉는 말이다. 

혼자 길을 걷다가 때마침 바람이 불어 언제적인지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익숙한 내음이 코를 통해 쑥 들어오고 

무언가 모를 찡함에 감정선이 쉬이 무너져버리는 날.. 

잘 있냐..라는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툭 튀어 나온다. 

대상도 없다. 

대상은 그 말이 입 밖에 나온 후부터 머리가 생각을 한다. 

참 좋아했었던 어린 시절 여자친구 

한달 전 꼼장어에 소주 한 잔 걸쳤던 고등학교 친구 

오늘 아침에 늦었다며 서둘러 출근하던 와이프. 

애증의 직장 동료.. 

그날 그날 타겟이 되는 사람은 다르지만 

그 짧은 순간 생각나는 사람에 따라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가 미간이 찌푸려졌다가 그런다. 

이러한 생각들은 돌아돌아 결국은 나에게 돌아온다. 

나의 머리가 나의 가슴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 잘 있냐? 

미소도, 찌푸려진 미간도 아닌 무반응에 한번 더 물어본다. 

너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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