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네~

2019. 8. 31. 17:50

점심을 늘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

회사 입사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덧 15년 이상씩 얼굴 보고 지내왔고, 무엇보다 동갑인지라 관심사도 비슷하고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식사 파트너로는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주 어느 날. 그들과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7년은 버틸 수 있으려나?’ 라는 말이 한 사람의 입에서 불쑥 나왔다.
그러자 다른 동료가 글쎄. 7년이면 부장 십년 차네. 우리 큰 애는 중학생이겠는데. 대학교 보낼 때까지는 힘들겠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런 걸 걱정해야 되는 나이였구나.
난 정말 내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구나.

7. 물론 그 시간보다 더 짧을 수도 더 길수도 있겠지만, 7년 그래 그 7년이 지나고 나면,
난 지금보다 더 늘어난 흰머리에 걱정 많은 중년이 되어 있을 터이고,
애들은 교육비 한참 들어갈 나이일 텐데, 아빠가 회사를 안 다니네...

이런 생각의 흐름은 순식간에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미쳤지. 미쳤어.
꼬박꼬박 꽂히던 월급이 어느 날부터 끊어진다면 난 어디서 그 돈을 벌어야 하지.
내가 여길 나가면 뭘 해야, 아니 뭘 할 수 있지?

당장 내일부터 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처럼 서두르던 나의 머리속은 결국 명확한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때마침 아주 오래 전 회사 선배가 한말이 떠올랐다.
아침에 우리 출근하지. 그 때 내 목에 걸린 사원증으로 회사 문이 열리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알아야 해.
그게 안 열린다고 생각을 해봐 무섭지 않냐?
문이 열림에 고마워하고 들어왔으면 열심히 해야지.’

당시에는 참 꼰대스러운 멘트네라고 생각했는데
후.. 생각이 많아지는 2019년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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