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

2021. 1. 27. 06:19

회사에서 40살이 되면 어떤 교육을 해준다.  
인생 반 살았으니 잠시 멈춰서 돌아온 길을 생각해보고  
‘아… 내가 여기 말곤 이제 갈 곳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더 힘을 내서 회사일에 정진하라는 뜻의 교육이 아닐까? (내 생각이다.) 

그래서 40세 교육을 받고 온 동료들은 한동안 열심히 일을 한다. 

45세가 되도 교육을 한다.  
너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회사에만 올인하지 말고  
나가서 뭘 하고 살지 좀 생각을 해봐라는 의미의 교육이다. 
회사의 배려에 고마워해야 할지,  
난 너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줬어 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봐야 할지 참 애매한 교육이다. 
연금 상품에 대한 필요성과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에 대한  
진지한 소개를 듣고 있자면 누구나 나와 같은 오해를 하겠지. 

이 교육 과정에서 연금소개만큼이나 나에게 강렬히 전달된 강사의 말이 있었는데,

“여러분. 퇴직 후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본인을 어떻게 소개해서 은행 창구 직원에게 신용을 받을 건가요? 
지금은 다니는 회사 명함만 들고 가도 10분 안에 억을 빌려서 올 수 있죠? 
그런데 그 조그만 명함이 없다면요? 
얼마나 오랜 시간 나를 믿어달라고 소개를 해야 하고, 그리고 그 결과로 과연 얼마까지 빌릴 수 있을까요?” 

….. 

그 뒤로도 많은 말들을 했던 것 같다. 
취지는 본인의 가치를 올려라였던 것 같지만. 그 뒤 강의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미 대출 창구에서 처음 보는 은행 직원과 마주 앉아 있었고  
볼펜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그 직원의 입에서 나올 대출 가능 금액을 기다리는 상상을 했다. 

과연 난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무섭더라. 그 상상. 
그것이 힘들어서 모두들 눈 뜨기 싫은 아침임에도 정신 줄 부여잡고 출근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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