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선물...

2011. 10. 12. 09:45
8개월째인 아들 녀석과 초보엄마 놀이를 하고 있는 마눌님이

올해는 나의 생일을 잊은 듯 했다.


'그래..이제 기어서 온집을 청소하고 다니는 아들 녀석한테 온 정신을 뺏겼으니 이해하자'
'암...당연히 이해하고 말고....'

...

'하지만 정말 당일날까지 모를까?' 
'내 생일 엄청 쉬운데....'
..

'핡...근데 정말 당일날까지 기억 못하면 어쩌지?'

'그냥 모른척 넘어가야 하나...아님 귀뜀을 줘야하나??'



하지만 결국 생일 이틀전..


10월 9일이 찍힌 결혼식 청첩장을 함께 보다가...

'그러고 보니 모레 내 생일이네' 라는 말을 했고


이때부터 마눌님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정말 전혀 기억조차 못했다..정말 미안하다...아...난 왜이러지.. 신랑 생일도 까먹고.........

선물도 준비 못했는데...뭐 갖고 싶은거 없나....ㅡㅜ'
 로 시작하는 사과와 자책에 되려 내가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애 키우다보면 그럴수도 있지.머...나도 내 생일 모르고 넘어갈뻔 했어...'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듯 했다.


결혼 첫해 울엄마.. 그 어렵다는 마눌님의 시어머니 생신을 둘다 동시에 까먹어 버렸고

다음해, 장모님 생신 역시 스킵 해버리는 대범함을 경험했기에 난 그닥 놀랍지도 않았는데

마눌님은 자신의 하늘하늘 가녀린 기억력에 저주를 하고 있었다.

여튼...그렇게 그렇게 어르고 달래서 지난 주말 나의 생일 전야제는 지나고


생일 당일.

시어머니가 끊여준 미역국을 밥상에 올려서 미안하다는 마눌님의 깊은 한숨을 뒤로 한채 

차에 올랐는데...띠용 +_+


 

어제밤에 먼저 자라고 할때 이상하다 생각했어야 했는데...

야심한 밤에 혼자 집 주변을 돌아 다니면서 장미꽃을 찾았을 마눌님의 모습이 상상이 돼 가슴이 찡하네..

오골오골한 편지와 빨간 하트에

 
아~~ 정말 행복한 생일 아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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