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하지 않는 주말. 6시 10분 와이프 휴대폰의 알람소리에 맞추어 함께 잠을 깬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침 잠 없는 내가 발라당 먼저 일어나서 와이프를 흔들어 깨운다. 와이프 씻는 동안 밥을 퍼고, 그 아침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메뉴인 계란 후라이를 준비한다. 오빠 고마워라는 인삿말에 흐뭇해 하면서 배웅을 한다.
그러는 사이, 주말에 몰아서 보충해야지 했던 잠들은 달아나고 혼자 멍하니 거실 소파에서 정신줄을 놓고 앉는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일주일동안 둘이서 어지럽게 만든 집안 꼴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잔뜩 쌓인 일주일치 빨래를 색깔별로 분류를 하고 ( 총각 시절 자취할때는 절대 색깔별로 두번 빨래를 돌리지 않았다.) 색깔 있는 녀석들부터 돌리기 시작한다.
그 사이 안방부터 거실까지 청소기를 돌리고 주방에 들러 설거지를 하며 땀을 잠시 식힌다. 걸레질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색깔 빨래가 거의 마무리 중이다. 커피 한잔 태워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세탁기의 빨래 종료음에 귀를 곤두 세운다.
1차 빨래를 꺼내서 다 널고 나면, 흰색 빨래를 넣고 2차 빨래를 시작한다. (물론 옥시크린 빠트리지 않는 센스는 기본이다.)
2차 빨래가 끝나기 까지 약 1시간30분가량의 개인 시간이 주어진다. 후다닥 아파트 헬스장으로 내려가서 나와 같이 2차 빨래를 돌려놓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아줌마들과 함께 러닝머신을 뛴다.
헉헉거리면서 불륜이 어색하지 않은 아침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역기 몇 번 드는 것으로 아줌마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준다. 시간은 11시를 향해가고 와이프 퇴근시간이 생각이 나 마음이 급해진다. 우선 샤워로 몸을 정갈히 한 다음, 컴퓨터를 켠다. 부팅 시간동안 냉장고를 열어 어떤 재료들이 있나 확인을 하고 더블피나 네이놈키친 등을 살펴보면서 가용 재료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요리를 찾아낸다.
어렵사리 점심식사까지 준비하고 나면 2차 빨래가 끝이난다. 베란다에 잔뜩 널린 빨래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꽃과 나무들에게 물을 준다.
집에서 논다고 생각한 엄마에 대한 오해가 한방에 날아가는 계기가 된다.
점심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듯 나의 황금같은 토요일은 지나가고 있다. 무한 도전을 보면서 베란다에 잔뜩 널려있던 빨래들을 하나둘씩 개기 시작한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머리속은 복잡해진다. 갑자기 처량함이 밀려온다.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이런ㅡ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해놓고
내가 하지 않으면, 나의 외아프가 해야되는 일이니 내가 다 해놓자!!!
라는 기특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의 마무리는 항상 저런 허탈감이 채워진다. 상대방을 생각하고자하는 이성과 나의 일상을 회복코자 하는 본능간의 충돌이라고나 할까..
이 세상 다른 남편들도 이런 생각들을 할까? 나만 별난 것인가??
여튼 이번주는 와이프가 쉬는 주말이구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