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2
코로나 덕분에(?) 참 많은 생활의 변화가 있다.
그중 친구들과 지글지글 고기 굽히는 소리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회식이 참 그립긴 하다.
분명 난 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컸던 것인지
요즘 자연스레 집 식탁 위에 술잔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면서 늘어날 뱃살 걱정을 더하는 걱정을 하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집에서 먹는 저녁 식사에는 항상 술을 함께 하고 있다.
건강 검진받을 때 작성하는 문진표에
당신은 술을 얼마나 마십니까? 라는 물음의 답변으로 제공되던
1번. 매일, 2번. 1주일에 3~4번과 같은 답변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어휴. 저렇게 먹으면 알코올 중독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늘 4번. 2주에 1번이라고 체크를 했던 것 같은데….
근데 정작 깜짝 놀랄 일은, 나의 술 마시는 룰이다.
소주는 딱 3잔만 마신다,
그리고 한잔 한잔을 정말 가득 술이 넘칠 듯 말 듯 따른다.
3잔이라는 암묵적인 나만의 룰을 지키되 그 안에서는 최대로 마시고 싶다는 욕망 충족이지 않나 싶다.
소름 돋는 것은,
이 행동이 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반주할 때 하시던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메인 요리를 준비하는 날이면, 아버지는 슬그머니 소주를 챙겨 오시고는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며 잔소리를 하는 엄마에겐 늘 ‘3잔은 괜찮다.’라고 말씀하시며
딱 3잔만 마신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각 잔은 정말 술잔에 입을 가져다 되어 마셔야 되는 양만큼을 따르셨다.
그걸 엄마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셨고.
나 역시 아버지는 술이 저렇게나 맛이 있을까?
왜 아버지는 엄마가 싫어하는 술을 저리도 챙기실까.
근데 그걸 내가 똑같이 하고 있다니.
차이점이라고는 그 당시의 엄마의 역할을 지금 나의 아내는 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인지 그 당시의 엄마의 3잔 잔소리를 나 스스로가 지키고 있다는 점.
술이 달다.
그 당시 아버지도 술이 달았으리라. 그러니 그렇게 양껏 채우셨겠지.
아버지의 재평가는 오늘도 새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