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마무리 중

2018. 12. 27. 05:09

1. 선물
보낸 사람의 흔적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택배 하나가 회사로 도착했다.
아무런 단서가 없다.
최근에 나 사는 것도 바빠 이런 깜짝 선물을 받을 만큼 누구에게 호의를 베푼적도 없거니와
인간관계가 좁아져서 회사, 그 중에서도 매일 같이 얼굴보는 사무실 사람 아니면.. 흠
따뜻한 밥을 식판에 올려주는 식당 여사님 말곤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크래커라니... 생라면 뿌셔먹는걸 즐기는 나에게 크래커가 가당키나 하겠나.
분명 날 잘 모르는 사람이고
크래커를 선물로 고를 수 있다는 건, 주변에 흔해 빠진 공대출신은 절대 아닌 어느 정도 센스가 있는 사람이고
녀자?  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얼마 없는 인연의 끈을 찾아봤다.

역시나 몇 안되는 인연인지라 순식간에 찾아내서 그날의 헤프닝은 30분안에 끝이 났지만,
그날의 여운은 오래 가더라.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즐거운 일이 하나 없는 일상에 이런 깜짝 선물..
너무 고맙습니다 (to 럭키럭키)


늦은 퇴근 길, 회사 주차장에 덩그라니 남겨진 나의 차
그리고 그 옆에 끼워진 쏘시지 두 개. 
퇴근 길이 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감사합니다 (to 백님)


2. 송년회
모시는 상사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 전통을 이어가는 송년회를 올 해도 부티나게 진행을 했다.

한 십년전쯤 된 것 같다.
연말이면 늘 하는 가요/연애대상처럼,
개발자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가지고, 그 노고를 치하하며 남우 조/주연상에 버금가는
베스트 코더상, 베스트 버그상 등을 주면 재미있지 않겠냐? 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그리고 그게 당신의 꿈이라고 했다.

난 그때 한쪽 귀로 듣고 흘렸다. 정확히 기억하는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다.
레드 카펫이 깔린 고급진 장소도 없거니와 턱시도와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내고 우아하게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는 
나와 나의 동료들의 모습이 상상? 아니 상상도 하기가 싫었다. 
우리는 그냥 삼겹살이나 꾸워먹으면서 소주를 들이키면서 12월을 보내는게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진짜 해보고 싶다고.
그리고 결국 본인의 입으로 뱉은 말을 실천에 옮기는데 성공을 했고 이제 어느 덧 몇 년을 이어오는 우리 그룹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베스트 코더상, 베스트 다큐먼트상, 베스트 리뷰어 상 등등.. SW 엔지니어가 갖춰야할 중요한 항목들에 대한 시상과 더불어
옆 자리 동료들의 숨은 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공연까지.

행사의 좋은 취지와 매년 발전해가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행사를 통해 서로간에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들
너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른 점을 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옆자리에 있던 나의 상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우리가 인생 살면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한 두명도 아닌 2백명이 넘는 인원을 움직이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닐터인데
결국 본인 입 밖으로 냈던, 해보고 싶다던 일을 해냈고, 그걸 지켜보는 저 분의 마음은 어떠할까?

남 칭찬 잘 안하는데.. 대단하다 싶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고.

난 입 밖으로 낸 것 중에 실천한게 뭐가 있나 싶다. 일단 육아휴직이라도 실천을...


3. 끈.
"내 맘 같지 않아도 괜찮아" 딱 저 타이틀이다.
이 책을 고민도 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

회사에서의 포지션이 좀 애매해져서 일을 시키는 사람? 아니지 아무것도 없고 일만 시키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가 많이 위축이 되고 눈치도 보게 되고 맘 고생에 눈치밥도 이런 눈치밥이 없다.
여튼 그러다보니 책 제목도 아닌 서브 타이틀 한 줄에 심쿵하게 되고  
뭔가 생활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려나 하는 기대심에 읽기 시작했다.

팩폭이 이런 팩폭이 없네. 
사십 넘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맞다고 철떡같이 믿고 살아온 나의 모습이 너무나 잘못된 것 이구나를
책 서너장 넘기면서 알게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하.. 그래서 내가 그렇게 좋다고 매달렸던 여자친구들이 다 떠나갔었나 싶기도 하고
친근하다는 표시로 내 주변 사람들과의 끈을 너무 꼭 매워두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생각이 많아 진다.
좀 더 일찍 봤으면 좋았을 책이다 싶네 ㅡㅜ


4. 이직과 휴직
미국서 살고 있는 같은 랩 출신 친구의 뜬금포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물론 지원할 생각은 없지만 냄비속 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 거길 빠져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게
한심스럽다고 해야하나..
애들 대학교갈때까지만 버티자를 입 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주변 동료의 말이
자연스레 대기업 직장인의 인생의 목표가 된게 아닌가 싶고
나 역시 같은 생각으로, 몇 년을 더 버텨야하나 손가락을 접어보고 있으니..

번 아웃을 선언하고 휴직을 할까? 그러면 뭐가 달라지려나?
내 인생의 목표가 이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인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인가?

나만 고민이 많은건가? 옆자리 동료도 고민을 하는 것일까?
2018년의 끝자락에는 내 거취에 대한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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