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머니에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고 나서부터이니

용돈을 받기 시작한 중학교 빡빡머리 시절이 아닐까 한다.

시월이 되면 난 나에게 선물을 했다. 줄기차게 들었던 이문세 5, 이오공감, 신해철 2집 등등도 시월에 샀을 터이고

머리 좀 커지고 나서는 캘빈클라인 로고 딱 박힌 니트, 그 이후는 빈폴 자전거가 굴러다니는 점퍼..

회사 와서 돈 벌기 시작하고 나서는 여기다가 추가로 스케일링 까지..

그렇다..시월 내 생일을 맞아 나에게 주는 선물은 이렇게 업그레이드 되어 왔다.

신혼 초 옷장 정리하던 마눌님이 당신은 유독 가을 옷만 많네 하며 신기해 하던 것도

시월 초만 되면 스케일링 예약 하셔야죠..하는 간호사 누님의 전화도

11월부터 헉 소리 나게 올라간 백화점 카드 값 덕에 긴축 재정 하던 것도..

다 여기서 비롯되었다..

 

근데 올해는 아직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

그간 베인 습관 탓에 시월이 가기 전에 먼가를 사야 된다는 초조함이 날 압박해 들어오긴 하지만

모르겠다. 올해는 날 위해 뭘 해줄 지.

이 공허함을 달래고자 괜히 애꿎은 주변 사람만 갈구고 있다..

머 신기한 거..나의 구매욕을 충족시킬 만한 껀수가 없는지

 

2. 한국시리즈

이유는 하나지..

내가 대구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

근데 또 딱 그것만은 아닌 것이 대구 FC, 예전 동양오리온스.. 이러한 팀들 역시 대구라는 끈으로 묶여 있었지만 이렇게 초초 애 말라 하지 않았다는 거지.

이 알 수 없는 끈끈이로 묶여 버린 라이온즈 덕에 요즘 네이버를 자주 못 들어가고 있다.

나 스스로도 참 기가 막히긴 한데,

삼성이 이긴 날은 편한 하게 포털 들어가서 하이라이트 다시 보고 기사도 꼼꼼히 읽어보고

본거 또 보고.. 자다 말고 일어나서 또 보고 하는데

진 날은 행여나 실수로 네이버 눌러서 야구 기사 눈에 들올까 싶어 멀리하게 된다.

이렇게 라이온즈 의존성이 높다 보니 이번 한국시리즈 미쳐버리겠다 진짜..

시즌 1위 이후 승짱을 중심으로 다들 뭘 하고 왔는지

힘 다 빠지고 올라온 두산을 상대로 물 빠따도 이런 물 빠다가 없다.

지난 포스팅에서 칭송했던 관중일 감독은 정말 관중인 것 같고

2002년처럼 막판에 한 개 해 줄거라 믿고는 있지만 승짱 역시 나에게 너무 과하다 싶은 인내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우찌우찌 곰돌이들을 대구까지 끌고 오는 데는 성공했는데 과연 자빠뜨릴 수 있을지는 참걱정스럽네

 

3. 간만에 속내..

가을바람 산들산들 불고부터 계속 술 자리가 고팠는데

팀간 롤 대회 준비로 친한 애들이 다들 롤롤 거리고

그 틈에 끼이지 못한 나는 회사집만 왔다리 갔다리...

어렵사리 잡은 술 약속이 몇 시간 전 파토 난 어제 밤은 혼자서라도 술집 문을 두드릴 기세였다.

이렇게 보니 나 완전 왕따에다가 알코올 중독자 삘이..

여튼 몇 명 들쑤신 끝에 혼자서 술 마시는 추한 꼴은 피할 수 있게 되어 찾은 선술집에서

최근 긴 연애의 끝을 만나 힘들어 하는 동료의 속내를 안주 삼아 듣게 되었다.

눈가에 맺힌 촉촉한 눈물을 못 본 척 하느라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 사람들..정말 사랑했구나….싶어 감정 이입 제대로 해버렸다.

그 덕에 꼭꼭 숨겨 두었던 긴가민가한 나의 지난 이야기도 함께 털어놓았고..

새벽 늦은 시간까지 삼십 후반 꽉 채운 두 남자가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첫 사랑 이야기를 꺼 잡아 내서 웃고 울고 한 모습이란..

결론은

힘내요그리고

빨리 좋은 사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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