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시월

2013. 10. 2. 20:49

1.    킁킁

난 냄새에 꽤 민감하다향기라고 해두자.

어느 정도인고 하면, 군 시절 내무실 구석에서 땀내와 섞여 독특한 향을 내뿜던 젤 타입의 방향제.

요즘도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그 향이 실려오면 발걸음을 멈추고 군 시절 아련했던 추억에 빠져들 리가 없잖아..

여름 혼자 사는 남정네들.. 빤다고 빨아서 입고 와도 숨길 수 없는 독거노인의 쉰내..

나는 그것에 참 약하다. 숨이 턱 막혀서 슬쩍 자리를 피하곤 한다.

하여튼 나의 이 개 같은 후각 탓에 가을을 인지했다.

아침 출근길..

나를 앞질러 가는 남자에게서 콤콤한 옷장 냄새가 꼬리처럼 이어진다.

슬쩍 고개를 들어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추워서 옷 갈아입었구나..상남자님

나에게 가을은 코로 온다.

 

2.    사람 참 우습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과제가 끝이나니,

삐뚤어질테다 마음 먹었던 심뽀도,

완전 방전되었던 체력도,

다시는 못돌릴 것 같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멋쩍은 웃음과 함께 정상이 되고 있다.

끝나기만 해봐라.. 다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한 가이드와 코드는 자발적 리뷰와 함께 리펙토링 중이고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IT 사이트와 얼리 어댑터들이 득실되는 게시판을 방문해

소심하게 노트3 를 검색하고..후한 평에 씨익 웃고 있는 나 자신..

참...사람 우습다. 

 

'사랑하지 않을 것이면 떠나고, 떠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라'..

네..라고 말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이 되네..

 

3.    휴가 준비

늦은 여름 휴가를 준비 중에 있다.

실질적인 준비라기 보단 뭘 해야 할 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 그냥 생각만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두자.

일주일을 사용하라니 뭐라도 하고는 싶은데

자기 주관 뚜렷한 세 살 첫째와

6개월 된 둘째, 그리고 육아에 찌들어버린 와이프와 함께할 무언가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6일동안 집에서 충성을 다할 테니, 하루만 내 자유시간을 허락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부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특급 호텔에서 제대로 된 힐링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찌 보면 소박하다 할 수 있는 이 제안조차 참 이기적인 남편이 되는 초 간단한 방법임을 잘 알기에

입 밖에 내는 것조차 힘들다.

 

결혼은 평생의 자유를 대가로 치르고 비혼자로 살아갈 때의 느끼는 고독을 다소 구원받는 것이라고 했던가.

고독하기도 하고 자유롭지도 못한 난 뭥미

단 휴가랑 어울리지 않지만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리펙토링 책 포함 소설책 몇 권으로 일상 도피 준비는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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