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일년에 한두번 만날까 말까 한 녀석들이지만
녀석들과의 만남은 전혀 어색하지가 않고 매일 봐온 친구마냥 마음이 편하다.

매년 명절 연휴의 첫날..
동네 커피점에서 만나 수다 떨던 고등학교 동창넘들이 이번에는 어쩐일로 술집에서 모이자 했다.
남자 여럿이 앉아 커피 한잔 시켜놓고 밤늦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는데,
이번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뉴멤버에게 적응시간을 주자는 일종의 배려였다 생각하며 신나게 소주잔을 주고 받으며
일년간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자 애기만 둘인 친구들의 숙면 취하는 방법부터
생각지도 않게 둘째가 생겨버려서 장모님 손에 끌려가서 묶임을 당했다며 질질 짜는 녀석..
내내 쓰고 있던 비니를 확 벗어 탈모 고민을 하는 녀석의 사라져버린 머리숱과
얼마 안 있으면 회사 나와야 될건데, 뭐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한숨들
이해할 수 없는 직장상사의 상식밖의 행동과
명절때만 되면 칼같아 지는 와이프의 시집 잣대에 외로이 감내해야 하는 울분 등등...

아...
몇년전만 해도 옆 테이블의 여자손님들 힐끔거리던 우리였는데
소개팅에서 차인 이야기와 차버린 이야기로 흥을 돋구고
누가누가 그랬다더라 시리즈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술잔을 비우다
밑천이 떨어지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강원도부터 경남까지의 군대 이야기 재탕에서
고딩때 선생님한테 두들겨맞은 이야기까지.
토크쇼의 순서도 정확했는데.

어느덧 너도 나도 다 나이가 들어 고민의 폭과 범위가 많이 달라져버렸다.
이제 몇년 더 지나면 또다른 고민들을 함께 공유하고 있을테지....
친구들과의 반가운 만남 뒤 혼자 또 궁상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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