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생명에 대한 고마움과 키우는 것의 즐거움

ㅈㅍㅈㅈㅈ 2010. 5. 11. 11:29
오랜만의 포스팅은
요즘 내가 시간만 나면 들여다보는 우리집 이쁜 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이 서른 훌쩍 넘긴 남자가 터질듯 말듯 애를 태우는 꽃망울을 보면서 
'빨리 펴라 빨리 펴라' 라고 신경을 써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진딧물이 나 몰래 침투한게 아닌가, 물은 너무 많이 준게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한다는걸
내 친구들이 알기나 한다면 난 5백년치 욕을 먹고도 놀림을 당할 것이다. 

어머니는 베란다에서 키우던 이름 모를 화초들에 꽃이 필때면 새로 온 손님들에게 
우리집 꽃 좀 보라면서 자랑을 하셨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나에겐 다시 좀 자세히 보라면서 등을 떠밀곤 하셨다.
그때는 정말 이름도 알 수 없는 꽃에 열광하는 어머니를 오버라고 생각했었는데
아.. 내가 벌써 나이를 먹었나.. 당신이 하던 행동을 그대로 물려받은 나를 볼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나의 애지중지 노력과
유난히 차던 올 봄이 정신차리고 봄스러움을 보여주자
우리집 베란다에 꽃들이 만개를 시작했다.


고맙다. 나의 관심에 대한 반응을 보여줘서
고맙다. 살아있는 생명에 대해 고마움을 알게해줘서
고맙다. 키우는 재미를 느끼게 해줘서..

제대로 삘 받은 나.. 키우는 재미를, 먹는 재미로 승화시키고자 상추를 준비했다. ㅎㅎㅎ
열흘만 있으면 신선한 유기농 상추에 삼겹살을 고이 올려 싸먹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