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ㅍㅈㅈㅈ 2017. 10. 16. 18:59

10월의 긴 연휴를 끝낸 다음날이 생일이었다.

길었던 업무 공백만큼 챙겨야 할 것도 많아 어떻게 보낸지도 모르게 하루를 지내놓고 보니

사십하고도 두번째 생일이 지나버렸다.

나이가 들어감에 생일도 썩 반갑지만은 않구나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카드사의 문자를 고이 간직하는 걸 보면

축하받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 모양이다.


이른 아침 출근을 준비하던 와이프가

미역국 끓여놓고 갈까? 를 물어본다.

머리도 못말리고 나가야될 사람 입에서 나올 물음은 아닌데.


아냐. 괜찮아. 얼릉 출근해..

정말 괜찮았어.

난 미역국을 좋아라하지도, 그리고

몇 년전 끊여준 생일 미역국의 어리둥절한 맛을 잊을 수가 없기도 하고. 


애들 밥 먹이고 나 역시 출근을 준비하는 데

걸려온 엄마의 전화.

아들.. 생일 축하해. 미역국은 먹었어?

그게 또 그렇더라고. 

뭔지 모르게 내가 사실대로 말하면 와이프가 욕먹을 것 같고.

생일날 남들 다 먹는다는 미역국 하나 못먹는 모지리로 보이는 것 같아

얼릉 먹었다고 해버렸지.


여튼..

결론은 난 나이가 들어도 생일은 특별한 날로 인정받고 싶고

대접받고 싶고

축하받고 싶은

머..그런 사람인 것 같네

그러한 나의 마음을 잘 알아준 

입사 동기의 선물이 오늘 도착했고

너무나 타입이 다른 책을 받아들고 나니

어떤 것 부터 읽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고

그렇네.

간만에 기분 좋은.

그런 날.